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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순간 지구가 발 밑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해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 통증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는 바 아니였지만 이제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성하는 몰라. 나 혼자….정말 나 혼자 좋아하는 거야. 근데 성하한테 너 있는거 알았으면 안 좋아했을 거야. 상대가 있 는거 알면서 좋아하는 거 그렇잖아. 친구 종에 여자친구 있는 거 알면서도 접근한 애가 있는데, 내 친구이긴 해도 진자 재 수 없더라. 그러니까 내 말은…난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임자 있는 남자 좋아하는 건 내가 싫어.” 나는 부드럽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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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마주안았다. …많은 생각을 했었다. 마음의 고통이 너무 큰 탓에 몸의 근육까지 비명을 질러댔다. 오라버니…, 미안해요…. 이리 할 수밖에 없는 희를…, 용서하세요.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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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그간의 행위로 길이 들어버린 몸이 쾌감으로 부들부들 떨린다. 그러나 문득 눈에 들어온 광경에 아찔한 쾌감은 끔찍한 공포로 바뀌었다. 문! 문을 안 잠갔어. 안기듯 성하에게 달려든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주 한참 후에야 여인의 울음 소리가 그치고 드문드문,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유랑씨? 오지마. 그 목소리에는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감정이 섞여들어 그녀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그녀를 거부하는 거야. 아니 오늘 다른 가족들에게처럼 그녀마저 거부하는 거야. 유랑씨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냥 당신 가방에 넣어놨어야 했는데. 괜히 당신한테 소중한 게 내 품에 있다는데 우쭐해져서는. 그는 싸구려라서 값어치가 없다는 그런 속물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중한 것이 갖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벽을 부술듯이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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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걸음을 집어치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혹시 우리 반 애들 중에 너한테 찍힌 애 있어? 빙빙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얘기해, 확실하게. “네가 우리 반 구기종목 결선에 못 올라가게 하려고 훼방을 놓는다는 소문이 들어서……12반한테 지는 놈들은 다 죽인 다고…….” 더듬거리며 뒤를 잇는데 미소까지 실실 쪼개며 성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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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같아서는 이놈의 종이조각을 갈가리 찢어 저 입 안에 처넣어도 모자랐으나 끓어오르는 분을 꾸욱, 정말 꾸우욱 눌렀다. 더이상 천유를 거부하지 못하는 내 자신도 이상했지만 천유 또한 평소와는 달랐다. 재작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빵 개를 기록한 내 빼빼로데이. 사실 이게 어디 작년, 재작년에 국한된 문제냐마는 올해의 숫자는 콧등이 찡할 정도로 섭섭했다. 내 옆의 순영이도, 뒤에 앉은 영은이도, 그 영은이의 짝꿍인 윤정이마저 한 개씩 수거하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왜 나만 제자리일까? 애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4교시 도덕시간에 접어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훌쩍 거리고 말았다. 게다가 점심시간이 지나 자마자 들려온 소식을 더더둑 내 속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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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네? 동생이야? 저걸 눈이라고 달고 다니는 거야?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나랑 까마귀가 한 군데라도 닮아다고 하는 사람이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과연 나를 알아볼지. 그리고 그 메모를 보낸 게 나라는 것을 당신이 안다면…」 그는 말을 끊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서영의 눈이 그를 향했다. 그리고 격렬한 감정으로 뜨 겁게 달구어진 무서운 그의 눈동자를 발견한 순간, 그녀는 어떤 미지의 과거 속에 사로잡히 고 만 자신을 깨달았다. 마치.. 꿈속의 그 여인과도 같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이 그녀의 전신을 엄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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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한번 채이고 나자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지, 그도 아니면 소가락만 까딱해도 자줄 여자들이 줄을 섰는지 녀석은 지난 석달 동안 똥개 훈련시키듯 뻔질나게 호출을 하면서도 -물론 주목적은 밥하고 청소다 ㅡ수상한 짓은 하지 않았다. 먼저 정신을 차린 인영이가 더듬더듬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금까마귀를 쳐다보았다. 인영이도 손을 봐줘야 했지만 지금은 금까마귀가 1순위가. 까마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응시한다. 이 정도로 끝나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뭐, 평소의 내 행동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인영이가 튀기 전에 잡아야 했기에 지금은 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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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지랑 나…… 별로 사이가 안 좋겄든. 그렇다면 미리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줬어야지. 날 그 사지에 밀어 넣고 혼자만 도망가니 속 편하냐? 어머, 집 가깝다고 극구 세원 우긴 게 누군데. 그래도 성지 같은 폭탄이 있단 소리 들었으면 절대 거기 안 갔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고의라고밖에 볼 수 없어. …….. 내 말이 맞지? 맞지! 시, 실은 외삼촌이 너 좀 봤으면 좋겠다고…….. 으어엉! 울고 싶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해? 이런 걸 친구라고 믿고 의지한 내가 한심스럽고 원망스러울뿐이다. 아마 자기만 믿고 따르면 성하와의 문젣 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했던 말, 그것도 사기일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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