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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찢어질 듯 미어져 왔다. 그러니까… 나랑 한가지만 약속해 줘요. 천유의 손을 나의 뺨으로 가져갔다. “만약, 아주 만약에… 당신이 신휴 오라버니와 칼을 겨누게 된다면, 오라버니를… 살려주세요.” 이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부탁인지. 분명 두 사람 중 한 명이 죽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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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에 오기까지 몇 번이고 되뇌이던 말을 했다. 바람을 타고, 짙은 꽃향기를 타고 그의 간절한 마음이 흘러들어온다. 사대 중에서도 제일 낮은 과를 지망해 넣었는데도 합격률은 1.5대 1. 높은 경쟁률은 아니지만 떨어지는 그룹에 까마귀가 끼어 있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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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자신에게 향하는 나의 손을 홀린 듯 바라보던 천유가 작게 속삭였다. 여기야? 내려. 뭐 하는 데야? 그건 말 할수 없지. 아귀찜에 족발을 먹는다고 개고기까지 먹은 것은 아닐 테니까. 좋아한다면 다행이지만 보신탕에 대해 어쭙잖은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모르고 먹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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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불덩이를 치우기 위해 무작정 손을 뻗었다. 그만 두…거라! 어…서, 나…. 오라버니를 두고는 절대로 혼자 가지 않을…, 임…희! 그 때, 내 어깨로 차가운 것이 닿았다. 고개를 돌리니, 온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천유가 보였다. 붉은 꽃 《제 20 장》 조회 : 12577 스크랩 : 19 날짜 : 2004.10.30 19:40 ◆◆◆ 제 20 장 절정(絶頂) ◆◆◆ ― 네가 희로구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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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걸음을 집어치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혹시 우리 반 애들 중에 너한테 찍힌 애 있어? 빙빙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얘기해, 확실하게. “네가 우리 반 구기종목 결선에 못 올라가게 하려고 훼방을 놓는다는 소문이 들어서……12반한테 지는 놈들은 다 죽인 다고…….” 더듬거리며 뒤를 잇는데 미소까지 실실 쪼개며 성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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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아픈 건가? 안색이 좋지 않…. …괜찮습니다. 내가 아는 최청아라는 여인은 이제 없어.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흐릿했던 정신이 말끔히 개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선명한 이목구비하며 살짝 다문 붉은 입술, 선이 가는 연약한 목 줄기까 지… 어느 것 하나 허술히 다듬어 진 곳이 없는 새하얀 대리석 조각품처럼 섬세하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줄리어스를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외모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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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딸내미 생일이랍시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지지고 볶았던 엄마의 노고를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달게 먹어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밥알은 공사판 모래알이고 반찬은 제주도의 현무암이었다. 지수씨, 다리미 있습니까? 그녀는 미안한 얼굴로 학원에 가야한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사람들이 더더욱 즐거운 표정을 짓는게 아닌가. 잘됐네. 나이트부터 시작할까? 부장님은 참으세요. 나이드셔서 나이트라니. 장대리, 나이든 사람의 주먹에 죽어 보고 싶나? 그들의 실랑이에 거의 숨도 못쉬고 웃으며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드디어 문이 열리지 갑자기 주위가 스산해졌 일찍들 퇴근하시는군요. 회식이라도 있습니까. 사장님. 그녀는 뒤에 서있던 신과장님한테 밀려 거의 쓰러지다시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위압감을 주는 사람. 넘어지지 않게 자신의 허리를 슬쩍 잡은 손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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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같아서는 이놈의 종이조각을 갈가리 찢어 저 입 안에 처넣어도 모자랐으나 끓어오르는 분을 꾸욱, 정말 꾸우욱 눌렀다. 더이상 천유를 거부하지 못하는 내 자신도 이상했지만 천유 또한 평소와는 달랐다. 재작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빵 개를 기록한 내 빼빼로데이. 사실 이게 어디 작년, 재작년에 국한된 문제냐마는 올해의 숫자는 콧등이 찡할 정도로 섭섭했다. 내 옆의 순영이도, 뒤에 앉은 영은이도, 그 영은이의 짝꿍인 윤정이마저 한 개씩 수거하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왜 나만 제자리일까? 애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4교시 도덕시간에 접어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훌쩍 거리고 말았다. 게다가 점심시간이 지나 자마자 들려온 소식을 더더둑 내 속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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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원망하지 않는 춘이이기에…, 그녀를 보는 것이 힘들었다. 금까마귀, 얘는 사이코였다. 사람들의 표정은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았다. 진료 기록은 뒀다가 국 끓여 먹느냐는 말을 간신히 삼키는 게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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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에서보다 훨씬 더 크고 수려해진 경무 오라버니가 가까이 다가올 수록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오라버니를 찾아야 해! ‘그’도 ‘그’지만, ‘그’라면 천유에게 물어봐서라도 알 수 있어. 하지만 경무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지금 당장 저잣 거리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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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아직도 많이 아픈가 보네? 어제 안 쉬었어? 주인혜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하등 마음에 새겨둘 일이 아닌데 막상 카페를 나오니 인영과 성훈의 목소리가 살아서 파닥파닥 움직인다. 오직 칼만을 닦을뿐. 무예는 언제부터 익히신 거죠? 참다 못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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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 맞는 걸까?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지금이 현실인 걸까? 정말 처음이다. 오늘부터라도 헬스클럽을 끊던지 해야지. 내가 힘이 없는 거야, 아님 요즘 애들이 잘 먹어 맷집이 좋은 거야. 내가 저렇게 맞았으면 애저녁 기절을 했을 텐데 저년을 팔팔하다. 어쨌든 요 근래 쌓인 스트레스를 생각지도 못한데서 요상한 방법으로 푼 형세가 되어버렸으나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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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 오랜만이다-…. 한 손에을 활을 들고 있는 경무 오라버니가- 너무도 부드러운 동작으로 말에서 내려 나와 천유에게 다가왔다. 나도 모르는 새에 사찰의 제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을 때 불상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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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네? 동생이야? 저걸 눈이라고 달고 다니는 거야?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나랑 까마귀가 한 군데라도 닮아다고 하는 사람이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과연 나를 알아볼지. 그리고 그 메모를 보낸 게 나라는 것을 당신이 안다면…」 그는 말을 끊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서영의 눈이 그를 향했다. 그리고 격렬한 감정으로 뜨 겁게 달구어진 무서운 그의 눈동자를 발견한 순간, 그녀는 어떤 미지의 과거 속에 사로잡히 고 만 자신을 깨달았다. 마치.. 꿈속의 그 여인과도 같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이 그녀의 전신을 엄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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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한번 채이고 나자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지, 그도 아니면 소가락만 까딱해도 자줄 여자들이 줄을 섰는지 녀석은 지난 석달 동안 똥개 훈련시키듯 뻔질나게 호출을 하면서도 -물론 주목적은 밥하고 청소다 ㅡ수상한 짓은 하지 않았다. 먼저 정신을 차린 인영이가 더듬더듬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금까마귀를 쳐다보았다. 인영이도 손을 봐줘야 했지만 지금은 금까마귀가 1순위가. 까마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응시한다. 이 정도로 끝나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뭐, 평소의 내 행동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인영이가 튀기 전에 잡아야 했기에 지금은 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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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지랑 나…… 별로 사이가 안 좋겄든. 그렇다면 미리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줬어야지. 날 그 사지에 밀어 넣고 혼자만 도망가니 속 편하냐? 어머, 집 가깝다고 극구 세원 우긴 게 누군데. 그래도 성지 같은 폭탄이 있단 소리 들었으면 절대 거기 안 갔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고의라고밖에 볼 수 없어. …….. 내 말이 맞지? 맞지! 시, 실은 외삼촌이 너 좀 봤으면 좋겠다고…….. 으어엉! 울고 싶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해? 이런 걸 친구라고 믿고 의지한 내가 한심스럽고 원망스러울뿐이다. 아마 자기만 믿고 따르면 성하와의 문젣 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했던 말, 그것도 사기일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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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그저 눈만 깜빡였다. “그래서 성훈일 좀 다그쳤지. 니 동생 잘못되면 그냥 귀국한다고 엄포 놨더니 그제야 네 얘길 하더라. 네가 성하를 잘 보 살피고 있다고 말이야. 어떠니? 우리 성하가 좀 까다롭지? 그래도 그렇게 모난 애가 아니니까 섭섭하고 속상한 일 있어도 참고….근데 집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지?” 불길함이 먹구름처럼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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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얘도 지고는 못 사는 종인 것 같다. 레몬소주 석 잔을 순식간에 비우더니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어온다. 하아! 날씨 좋다! 가야산으로 들어온 지 1년째가 되는 화창한 봄이었다. 나와 청아는 산 속의 생활에 익숙해졌고, 우스갯 소리도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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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라니, 무슨 뜻이냐. 어째서 희가 널 나으리라고 부르는 거야! 희…. 천유를 말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알고 있을까. 그 오랜 시간동안 같은 집안에 있었으면서도 그가 내 이름을 부른 것은 처음이라는 것을. 그게 천유 너와 무슨 상관이지? 그리고, 희 이름 함부로 부르지…. 감히 희를 시종 취급을 했던 것이냐?! 감히…, 너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이…. 오라버니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천유의 손을 쳐 냈다. 순간, 천유가 주먹을 번쩍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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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 주눅이 드는 내 자신이 짜증스러웠지만 화내는 모습이 자꾸만 누구를 연상시켜 점점 몸이 굳어진다. 미쳤군. 설사, 죽으면 죽었지, 당신의 여자가 되는 일은 없어! 절대로! 그렇게 분하면 내 몸에 상처를 내면 될 것이 아닌가? 3년동안 무예를 익혔으면서 그 정도도 못할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보다시피, 내겐 검이 없고, 넌 검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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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잠깐 실례 좀…」 줄리어스는 이를 악물며 그의 양해를 구했다. 전신의 혈관에 차가운 얼음 조각이 굴러다니 는 것만 같았다. 당장 풀어라. 어서! 청아가 군졸들에게 명령하자 여려 명의 사내가 나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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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남은 거야. 나는 냉정, 냉정을 읊조리며 간신히 입을 뗐다. 인영이가 진정하라는 듯 입을 뗀다. 아프긴! 하나도 안 아파. 거짓말. 애들한테 다 들었어. 거지 같은 놈의 학교! 하라는 공부는 안 시키고 왜 순진한 애를 버려놓고 지랄이야. 지랄은! 설질 같아서는 그놈의 백합여대에 스커드미사일을 투하해도 분이 안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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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냉정하고 잔인한 천유가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겠지.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경무님과 어머님을 죽였단 말인가? 아무리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해도, 형제가 아닌가? 어미가 다르더라도, 한 핏줄을 이어받은 형제가 아니냔 말이다! 넌 몰라! 한참동안 나의 외침을 듣고 있던 천유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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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독해도 양심이 있다면 이럴 때 한마다 하겠지. 그러나 입 닥치고 있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때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 개날라리로 찍힌 것이다! 제길, 그저 황당하고 원통할 따름이다. 자기들이야말로 뒤로 할 짓 안 할 짓 다 하고 다니면서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돌을 던질 수 있어? 너희들은 남자랑 술 안 처먹었냐? 앞으로도 안 처먹을 거냐고? 언뜻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괜히 학교에 왔다는 후회와 함께 이런 학교에 들어오려고 백사에게 그 심한 구박을 당했던가 자문하니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내편은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 밥 먹고 다닐 상황이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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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하지 않아도 나도 더 이상 당신 얼굴 보기 싫어요. 내가 여기 온 건 아빠 심부름 때문이니까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그리고선 서영을 빠르게 흘겨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줄리어스가 그녀를 보호하듯 옆으로 잡아당기자 서영은 마리아쯤이야 얼마든지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고 한마디하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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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의 차가운 들판에서 오라버니를 기다렸지만…, 오라버니는 끝내 오지 않았다. 「아니… 없었어」 부드러운 손길과는 정 반대의 단호한 대답에 서영은 소리내어 뛰는 심장 소리를 겨우 감추 었다. 그들은 한동안 키스를 나누느라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구, 구해야 돼. …누구를? 누구를 구해야 하지? 난- 누구를 위해 칼을 들어야 하는 거지? 대체 누구를 위해- “이, 이…! 모두 나와라! 천유를 죽여라! 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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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달링. 당신이군요」 자신만만하고 섹시한 관능미를 한껏 자랑하는 녹색 드레스를 입은 눈 꼬리가 긴 미녀가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 앞으로 뛰듯이 걸어왔다. 들어오는 순간 군중의 시선을 확 잡아 끌만큼 화려하고 세련된 전형적인 금발미인이었다. 이리 당신을 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아버지가 엄청 바쁘셔. 못 오신다고 연락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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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요일에 제사 있는 거 알지? 자정쯤 지내도 일찍 오라는 아버님의 하명이시다. 늦어도 10시까진 와. 오케이? 오케이 좋아하네. 시간 안에 가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라. 집에 가는 것의 열 배는 싫은 게 큰집 방문이었다. 허나 웬만한 이유 아니면 빠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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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한편 꺼림직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쉽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는 게 믿어 지지 않았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단지 파티 도중에 그가 집안에 들어오도록 도와주는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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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실이라니? 지금 교장보다 더 높은 양반을 말하는 거야? 지금……이사장실이라고 하셨어요? 네, 기다리고 계십니다. 교장실이 어딘지 아시죠? 그 층 맨 끝 방이 이사장실이니 찾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나으리의 입궐(入闕:왕을 알현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감)이 잦아지셨어요. 춘이가 내 앞으로 찻잔을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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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려 바로 앉았다. 초조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깍지낀 손가락 마디를 똑똑 꺾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라도 네 편을 들어달라는 거야? 유치한 발상에 웃음이 나왔지만 표정관리를 하며 일부러 불만스럽게 구시렁댔다.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전신이 와들와들 떨려온다. 우웨에엑!! 가로수를 부여잡고 본격적으로 속을 게워냈다. 속이 한 번 씩 요동칠 때마다 까마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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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다는 780원이고 파는 1000원이니까 거스름돈 챙겨오는 거 잊지 말고. 빌어먹을, 남도 아닌데 까짓 3000원 좀 심부름값으로 주면 어디가 덧나? 막말로 그까짓 3000원 손해 본다고 해서 엄마 가계부가 펑크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벼락부자 되는 것 역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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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탁자에 머리를 박은 애가 창피한 것도 모르고 대성통곡을 한다. 그렇게 내가 좋냐? 촉촉하게 젖은 까마귀의 음성이 한층 진한 빛을 띤다. “당신이 뭔데 희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거야! 당신이야말로 조심해! 희는 당신이 함부로 부를만큼, 그런 사람이 아니야!” 청아가 벌떡 일어나 내 앞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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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 때문에 또다시 누군가가 죽는다고 생각하자 가슴 한 구석이 섬뜩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금까마귀에게 원수 같은 인영이가 바람을 넣는다. 호호, 잘 먹긴요. 우리 집 양반 도와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럼, 그럼. 저녁 한 끼 가지고 되나. 내 최고 군한테는 백번 머리를 조아려도 부족하지. 근데 여기 있는 우리 최고 군이 말이야. 아, 글쎄, 우리 사랑이랑 고등학교 동창이라네.허허, 이거 암만 뵈도 보통 인연이 아니야.” 서로 다른 이유 때문이었지만 엄마의 얼굴과 내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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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편해지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드러난 맨살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언제인지 자신이 테라스의 계단을 내려와 잔디밭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우월한 힘을 가진 남자였고, 그런 그에게 감히 대항해 쓸데없는 화를 자초할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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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라. 편하게 죽이진 않을테니. “제발 죽여달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진짜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마.” 촥!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내가 나의 온 몸에 묶여진 오라를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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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안어울리는 듯 싶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네. 이 점은 뭐지? 그녀는 그림을 확대했다. 그럼 더 좋지. 귀를 의심하며 약간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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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와 잠시 마찰을 일으켰던 손목이 불에 데인 듯 뜨거웠다. 그 끄덕임과 동시에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감각을 잃어버린 어깨와 팔이 뒤늦게 욱신거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음 속에 가려진 진실은 그게 아니였다. 내게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친족들의 음모였다. 사랑했고, 사랑받고 있다 생각했던 친족들에게 당한 배신…. “재산의 상속따위 눈곱만큼도 관심없었다. 친구같고, 누이같았던 하라와 유일한 형제였던 남동생만 건강하게 자라준다면…, 다 필요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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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안 돼…. 여개가 그 말을 끝으로 빠르게 몸을 돌렸다. 야, 임마. 너 자꾸 이럴래? 여기서 퍼져 누우면 나보고 어떡하라구. 빨랑 안 일어나? 일어날 턱이 있냐? 나는 못 들은 척하고 버텼다. 저기, 성하 학생, 전화 왔는데……. 아줌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성하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게다가 가장 불길한 것은 이 모든 것의 중심에 금까마귀가 존재한다는 사실. 이번 축제 건만 해도 그렇다. 모든 사고가 그렇듯 이번에도 그 불씨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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